거지가 축복을 한다?!
참 한참 모순적인 이야기이다. 아무 것도 가지지 않아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고민을 해야 하는 사람이 오히려 남을 생각하며 축복을 한다는 것은 뭔가 상상이 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가끔 브라질 거지들에게 축복의 인사를 받곤 한다. 즉 구걸을 하러 나에게 오면 "미안하지만 돈이 없다"라고 보통 이야기 하는데, 그럼 거지가 "걱정마. 친구. 곧 너에게도 돈이 많이 생길꺼다."라는 식으로 어깨를 툭툭치고가는 때가 많다.
보통 이런 상황이 되면 여간 황당한게 아니다. ㅡㅡ;;
아직 이민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자세하게까지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생각의 로직을 잘은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브라질인들은 참 없어도 안분지족 하며 살아간다."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이들은 가난해도 남과 비교하지 않고, 구걸을 해도 그다지 남 눈치를 보지 않는다. 당연히 버는 네가 벌지 않는 나에게 줘야 한다는 생각을 밑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라는데... 뭐 아직 언어가 딸려서 자세하고 깊은 이야기까지는 못해봐서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못벌면 못버는데로, 잘벌면 잘버는데로 상당히 자기 삶에 애착을 가지고 살아간다.
한달 수익이 283달러라고 해도 브라질에 사는 이들은 주말이면 해변에가고,
각종 식품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먹고 사는 것으로 대부분 걱정하지 않는다
한국인의 시선으로는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주 작은 차에 그리고 정말 지저분한 집에서 살아가고, 한 달에 많이 벌어봤자 283달러, 한화로 하면 약 35만 원인데... 하지만 브라질인들이 적게 벌지만 만족하면서 살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여러가지 보이지 않는 주변 안전장치들을 국가가 마련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아무리 못사는 사람들도 정말 먹고사는데 걱정은 안될만큼의 상활을 국가가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브라질 연방 정부는 빵을 비롯한 세제, 현지인들의 영양식이라고 알려진 페이주아다용 콩, 쌀, 고기는 가격가지고 유통업자들이 장난치지 못하도록 붙잡아 놓고 있고, 또한 일주일에 한번씩 열리는 '페이라'에서는 각종 과일이나 야채들을 소비자가 싼 값에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격을 보면 보통 여기는 12개 혹은 1kg 단위로 야채와 과일을 파는데, 오랜지 12개에 4헤알(2,800원), 토마토 1kg 50센트(350원), 셀러드용 양상치 1개 1헤알(700원), 사과 5개에 2헤알(1,400원), 바나나는 종류에 따라서 다르지만 12개에 1~3헤알(700~2,100원)이다.
그리고 브라질의 의료보험은 캐나다나 한국 만큼 잘 되어있지는 않다. 미국처럼 비싼 보험에 들어야 해택을 볼 수 있긴 하지만, 그러나 각 지역에 보건소를 두어서 저소득층도 간단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고, 국가가 운영하는 국립병원에서는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고 무료로 진료를 해주기도 한다. (물론 치료를 제대로 못받아 죽는 사람들이 많다.) 대학까지 공립교육도 무료이기도 하고.
이렇게 먹고 사는 것에 대한 해소는 아무리 못사는 사람들도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도 분명 빈민층들은 존재하고 있고, 브라질도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양극화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이야기를 길게 꺼내는 이유는 오늘 인터넷으로 본 황당한 기사였다. 딴나라당인가?! 차명진(?)이란 국회의원의 이야기였는데, 그가 참여연대에서 주최하는 "최저생활비 체험"에서, 1박 2일로 6,300원으로 황제 생활을 했다고 한다. 이런 미틴...
그리고 자신의 홈피인지 블로그인지 어떻게 생활을 했는지 보여주고 있는데, 내용이 더 기가 차게 만들었다.
"컵에 800원 하는 쌀 두 컵에 1600원, 김치 한 보시기 2천원, 참치 캔 한 개 2천원, 생수 한 병에 500원, 이렇게 해서 모두 6100원이 들었답니다. 받은 돈 전부를 착실히 먹거리에 썼군요. 쌀은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걸 샀고 부식은 근처 구멍가게에서 샀답니다. ...(중략)... (나는) 먹거리로 쓴 돈 4680원을 빼니까 1620원이 남았다"
식단을 보면 알겟지만, 이날 하루 체험을 하면서 먹은 것은 김치 뿐이고,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가공식품들이다. 이렇게 먹고 착실하게 영향을 섭취했고, "황제생활"을 했다고 하는 건 차명진 국회의원이 황제란 단어를 잘못 사용할 만큼 "심각한 언어장애"를 겪고 있거나 혹은 하루하루 최저생계비로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테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나마 브라질에서 만큼 식료품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 만약 김치 외에 일주일에 고기나 과일이라도 한 번 먹으려면 정말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제대로 물가를 잡고 있고,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월급이 제대로 오르긴 오르는가? 오히려 정부가 지정한 생필품목 항목이 물가가 더오른다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생기고 있는 마당에, 아무리 1인이라고 해도 6100원으로는 하루를 산다는 것이 쉽지 않다.
글쎄... 단 이틀 체험이기 때문에 매일 할일 없는 와이프가 만들어주는 제대로된 밥만 먹다가, 냉동식품 먹으니 군대에서 상병이상되어야 맛볼 수 있는 '참치캔'이랑 냉동식품 '미트볼'을 드셔서, 갓 상병단 친구들이나 말 할 수 있는 '상병달고나니 마치 황제가 된기분!'이란 표현을 했는지모르겠지만, 실제로 저런 식단으로 1년을 살아간다면 영양분 분균형 섭취로 비만을 비롯해 관련된 갖가지 질병에 걸리기 쉽다.
어디 이거뿐인가? 인터넷, 휴대전화는 당연히 포기해야하고, 컴퓨터를 자유롭게 써서 정보를 얻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일이다. 게다가 한번 타는데 천원이 넘는 대중교통비. 자유롭게 이동해야할 권리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결혼이라도 해서 덜컥 애라도 생기기라도 한다면? 물론 지원받는 생계비가 늘어나겠지만, 아이들은 제대로 된 환경에서 교육을 받지도 못하고, 또한 결국 이런 상황은 아이들의 행복도 빼앗아버리고 말 것이다.

미디어 오늘에서 펀사진. 참 밥 처드시는 꼴이 밉상이다.
차명진 의원이 집에서 마트에서 파는 900원짜리 미트볼 따위를 먹긴 먹을까?
오랜 만에 먹으니 군대 생각 나셨나보지? 만약 한국에서 이거 먹고 황제생활이라면
브라질 빈민층이나 저소득층들은 정말 천국의 생활을 하고 있는거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신문 하나 보면서 "문화생활했다"는 표현을 한 건... 어느나라 문화생활이 신문하나 보면서누리는 건지 참 궁금하다. 가까운 CGV나 메가박스 같은데가서 영화를 보려고 해도 8,000원을 내야하는데. 이런 생활은 꿈도 꿀 수 없다. 아니 문화생활이 아니더라도 만약 저축이라도 한다고 가정해보자. 하루에 차명진 의원말대로 문화생활 안하고 기부를 안한다고 했을 때, 하루에 모을 수 있는 여유가 1,620원이다. 만약 이를 매일 모아서 저금한다고 한다면 한 달에 4만8,600원을 할 수 있다.
저축이 없다면 결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뭐 일을 한단다는 극단의 가정이긴 하지만 결국 가난을 되물림 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브라질도 점점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작년 불황에도 브라질의 경제성장 때문에 200만이 넘는 인구가 빈곤층에서 탈출했다고 하지만, 그러나 여기도 가난의 되물림은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고, 앞으로의 브라질 정부가 풀어야할 문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브라질 정부는 그냥 손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최저임금을 올리고 있고, 또한 부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간접세 비율을 늘리고 있는 등의 경제적 불평등을 없애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비싼 공산품에 대한 세금을 줄이고 해외 기업들의 생산라인을 국내로 유치하면서, 세탁기, TV, 냉장고, 자동차 등에 대한 가격을 낮추고 있으며, 무료로 받고 있는 공교육의 질도 높이고 있다.
"단 하루 체험으로 섣부른 결론 내리는 것은 옳지 않겠지요. 다만 최저생계비만 올리는 것으론 답이 안 나올 것 같습니다. 국가재정에도 한계가 있고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마지막에 차명진 씨가 몰매맞을 것에 대한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피해나갈 구멍을 만들어놨다. 글쎄... 그가 말한 "좋은 방법"은 이미 그도 알고 있지 않을까? 답은 운하 안파고 최저생계비를 좀더 넉넉하게 마련하면 될 일이지만,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라고 말하는 거야 말로 정말 밉상 중 밉상이다. 아니면 정말 알려줘야하나?

개인적으로 전 대학교 후배의 어머니였던 추미애 의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체험에 대한 양심적인 글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어본다.
"하루나 한 끼는 형편없는 찬이나 라면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 그러다가는 건강에 지장이 올 것이다. 가난이 질병으로 이어지면 일을 할 수도 없다.… 밥이 잘 지어져 김치 한 조각 김 한 조각을 아껴가며 먹는다. 예전엔 소금, 간장으로 맨밥을 먹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때는 가난이 절망도 아니었고 부끄러운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여기 쪽방촌 이웃들에게 가난은 구조적인 사슬이 되어 있다. 밥을 먹는 동안 그런 생각을 하면서 반찬을 들여다보니 김도 김치도 한 공기를 끝까지 먹기에 부족하다. 밥이 남으면 김치 국물로 먹어야지 하고 김 조각, 김치 조각 나머지를 다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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